그렇다면 팬 집단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? 충성도가 가장 높은 부류는 열성팬들입니다. 이들은 클럽과 관련된 정보라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. 이를테면 “아, 그래요. 1984년 3월에 레스터시티를 2:1로 이긴 적이 있습니다. 두 골 다 스미스가 넣었지요”라고 답할 정도입니다. “집에 불이 났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들고 나오겠느냐”는 질문에는 “모아놓은 클럽 프로그램이지요. 아, 물론 아내와 아이들도 데리고 나올 겁니다”라고 대답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. 이 정도면 열성팬들은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제대로 알지 모른다는 비난도 나올 법한 지경입니다.
다른 한편에는 이른바 ‘레퍼토리 팬(Repertoire Fan)’들이 있습니다. 이들은 (단순히 특정 클럽이 아니라) 축구 자체를 사랑하는 집단입니다. 이 부류에 속하는 팬 집단은 자신이 서포터로 있는 클럽 이외의 다른 팀 간의 경기도 정기적으로 관전합니다. 따라서 더비 팬이라 할지라도 더비가 다른 곳에서 경기하는 경우에는 노팅엄포레스트(Nottingham Forest)의 시합을 보러 갈 수도 있습니다. 스퍼스(Spurs)의 팬인 작가 헌터 데이비스(Hunter Davies)는 때로는 하이베리(Highbury)에 가서 라이벌 팀의 경기를 구경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. 이번 연구 결과에 의하면, 전체 팬의 27%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참가하지 않는 경기도 정기적으로 관전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.
하지만 팬 집단을 좀더 세분화해 나가다 보면, 전체 경기를 빠짐없이 관전하지는 않는 유형도 존재합니다. 이들 집단이 축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심리적인 성향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, 각각의 유형들에 ‘BIRGers’, ‘CORFers’, ‘Underdoggers’라는 명칭을 부여했습니다.
‘투영된 영광에 안주하는(BIRGers, Bask In Reflected Glory)’ 유형은 성적이 우수한 팀들을 응원합니다. 이 유형에 속하는 개인들은 자신이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 그래서 이들은 맨U나 아스날에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.
만약 팀 성적이 신통치 않다면, 이들은 ‘투영된 실패로부터 절연하고(CORFers, Cut Off Reflected Failure)’ 더 이상 적극적으로 팀을 응원하지 않거나 (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질이 안 좋은 범죄행위로 간주되는 행동) 성적이 좋은 상위 팀 서포터로 가입하는 챔프 추종자로 변절하게 됩니다. 어린이들은 이런 행동을 자주 하지만, 성인이라면 주변으로부터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비난받게 됩니다.
‘언더독(Underdoggers)’은 가장 흥미로운 유형입니다. 여러 면에서 BIRGers와 상반되는 이 집단은 클럽에 대한 충성도 자체로부터 큰 만족감을 얻습니다. 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더 높은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입니다. 상황이 악화될수록 이들의 의지는 더욱 공고해집니다. 여기에서 맨체스터 시티 팬들에 관한 일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. 맨체스터 시티는 지금이야 프리미어 리그에 속해있지만, 예전에 내이션와이드 리그(Nationwide League) 디비전 2 (사실상 4부 리그)에 속해 있을 때도 경기당 3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곤 했습니다.
마지막 유형은 ‘충성스런 캐주얼(Committed Casuals)’과 ‘무신경한 캐주얼(Carefree Casuals)’ 집단입니다. 두 집단 모두 한 시즌에 평균 다섯 경기 정도를 관전하지만, 그 태도는 극과 극을 이룹니다. 기본적으로 ‘충성스런 캐주얼’ 집단은 충성도가 매우 높은 팬들로 볼 수 있습니다. 다만, 생활에 쫓기고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에 얽매이며 틈틈이 직접 스포츠를 즐기느라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을 뿐입니다. 하지만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리그 순위는 훤히 꿰고 있습니다.
‘무신경한 캐주얼’ 집단은 충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. 이들은 축구 경기를 여가 활용 수단의 한 가지로 생각합니다. 보통 “영화나 보러 갈까? 아, 맞다. 축구시합이 있는 것 같던데”와 같은 식입니다. 이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보다는 무승부가 되더라도 3:3 스코어처럼 흥미진진한 경기를 원합니다. 서포터라는 표현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는 집단입니다.
아무튼 축구에서 말하는 충성도라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.
- 앨런 탭 (Alan Tapp)
앨런 탭 박사는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교 브리스톨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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